부모자격시험 by 키세츠

트위터를 하다가 이런 글을 보았다.



내가 본 시점에서 리트윗이 500번 가량 되고 있었으니 지금은 더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엄청난 공감을 사고 있다. 트위터를 하면서 느낀 것 중에 하나가 정말 공감되는 이야기는 팔로워 수와 상관없이 리트윗이 폭증한다. 팔로워 수가 많다면 리트윗이 많이 되기 쉽겠지만, 그게 꼭 필요충분조건은 아니다. 인용된 글을 쓴 이의 팔로워는 이백명도 채 되지 않는데, 리트윗이 그 수 배를 넘어가고 있는 걸 보아 이 내용에 대해 공감, 혹은 어처구니 없어 하는 이가 아주 많다는 걸 알 수 있다.

나 역시 공감... 아, 아니. 처참한 기분이 들었다. 평소 넷상에 글로 적힌 일은 "일단 뭐든지 의심하는" 나였음에도 이런 터무니없는 글을 보면서도 "요즘 같으면 충분히 있을 수도 있는 일"이다라고 무심코 납득해버리는 나 자신을 보며 더 놀랐다. 빨리 누군가 나서서 이게 거짓말이고 지어낸 이야기라고 해줬으면 좋겠다. 그러나 그런 이야기는 아직까지 들려오지 않는다...

아주 예전에 지인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우스개소리로 "부모자격시험이라도 있어야 하는 거 아닐까 모르겠다."라고 했었는데, 요즘에는 그런 생각이 점점 굳어지고 있다. 전기설비를 관리하고 공사하는 기술자가 기사 시험을 치뤄 자신이 가진 제반 지식과 전기에 대한 상식을 입증해보여야 하듯 아이를 낳아 길러내는 부모라면 응당 자신이 가진 육아 지식과 상식을 검증 받아야 할 것 같다. 그 시험 주체가 누가 되고 방법이 어찌되고 합격 여하는 어떻게 가리느냐.... 이런 기술적인 이야기는 젖혀두고서라도 전기 만지작거리는 것보다 아이 키우는 게 더 중요하지 않다고 말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실체도 분명하지 않고 모호한 개념으로 존재하는 부성애와 모성애, 그리고 인간이 자연적으로 체득하는 사회성에만 기대어 기르기에는 너무 벅찬 시대다. 아직 채 영글지도 않은 인성이 사회의 비장함에 먼저 노출되고 남들보다 더 많이, 남들보다 더 빠르게만 강요되는 가운데 아이나 부모나 함께 지쳐간다. 손을 내밀어 주는 곳은 극히 한정되어 있고 부모가 채 가르치기도 전에 아이의 눈치는 사회의 더러운 면을 더 빨리 발견해버리고 알아버리는 시대가 되었다.

부모자격시험, 나에게 치르라고 한다면 나 역시 통과할지 어떨지 불확실한 시험이 되겠다... 그렇지만 요즘 같이 부모의 탈을 쓴 괴물이 하나둘 그림자를 드리우는 시대에 아주 약간은 방패가 되어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너무 나이브하려나.


덧글

  • 아르카딘 2012/06/27 10:57 # 답글

    음....법률적인것과 시대 정서가 잘 반영 된 시험이라면....괜찮을지도.

    귀찮다고 않하려는 사람도 뻔하겠지만.[응?!]
  • 아르카딘 2012/06/27 10:58 #

    그나저나 시험이 중요하다니...

    수능 1등급 나오고 목맨 사람의 "이제 만족해 엄마?"를 보지 못한건가.
  • 키세츠 2012/06/28 10:32 #

    상상만 해보았지, 정말 그런 시험이 있다고 하면 또 벙찔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단 저부터 시험 패스를 못 할 듯;;;
  • 쿠리 2012/06/27 11:46 # 답글

    수능날 애들 자살했다는 이야기들으면 정말 슬퍼져요.
  • 키세츠 2012/06/28 10:32 #

    전 그런 뉴스를 볼때마다 자살이라기보단 타살로 생각합니다.
    안타깝죠.
  • 히요 2012/06/27 12:42 # 답글

    저도 이 트윗보고 의문부터 들었어요, 선정적 카더라 아니고 정말일까 하고. 저분 트위터에 들어가보니, 프라이버시상 어느 학교인지는 말할 수 없고 본인이 직접 부모의 반응을 겪은 듯한 멘션 답글 등이 있는 거 보고서야 이 분의 직접경험이구나.... 하고 놀랐습니다. 그 정도로 참 안 믿기죠. 한편으로는 손목 긋는 정도만 아니다뿐, 학생이 힘들고 괴로울 게 뻔한데도 성적만 중요시하는 말을 해서 절 소름돋게 한 학부모들은 저도 꽤 보긴 했습니다 (...)
  • 키세츠 2012/06/28 10:33 #

    저도 넷상의 이야기는 일단 의심부터 합니다.
    그런데 이 글의 주는 파괴력은 "정말 이럴 수도 있겠구나"라고 제가 먼저 생각해버렸다는거....
    그런 생각이 "자연스럽게" 드는 사회에 내가 살고 있구나, 하니 처참하더군요.
  • 딸기봄 2012/06/27 14:48 # 답글

    극단적이고 잘못된 건 분명하지만... 제가 부모가 되고 보니 저 어머님이 어떤 심정인지 조금 알 거 같기도 합니다. 부모도 무서운 거죠. 자신이 아는 길에서 아이가 벗어나 버리는 것이 무섭고 걱정되고...물론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두려움을 자식의 마음과 삶보다 앞서서는 안되는 거겠지만... 안타까운 트윗이네요...
  • 키세츠 2012/06/28 10:36 #

    저도 초보부모이긴 합니다만, 아직 이해가 안 가는걸 보니 아직 갈길이 먼걸지도요.

    다만, 이 사태를 애써 이렇게 이해하려고 해보긴 했습니다.
    아이가 그렇게 되니, 부모도 경황이 없고, 그래서 말이 헛나온거라고요.

    공부라는게 결국은 그 아이가 잘 되어서 행복하게 잘 살라고 시키는 건데
    지금 저렇게 나오는 건 목적과 수단이 반대가 되어버린 거잖아요.
  • 크르크르 2012/06/27 15:42 # 답글

    아무리 막장부모래도 저럴까 싶어 쉽게 믿겨지지가 않네요.
    김규항의 전교 1등하고 자살했다는 "그래 이제 됐어?" 얘기도 처음엔 진실이래다가 근거 대보라고하니 뒤로 뺐었던게 기억나서...

    아무튼간에 진실이라면 참 통탄할 일입니다.
  • 키세츠 2012/06/28 10:37 #

    김규항 씨 이야기가 무슨 일인가 싶어 찾아보니 그쪽도 처참한 이야기군요.
    근데 찾다보니 팩트에 대한 의문이 있는 사람도 많아보이네요.

    모쪼록 이 모든 일들이 사실이 아니길 바랄뿐입니다.
  • 소소 2012/06/27 17:18 # 답글

    강남에서 살면서 공부문제로 자살하는 초등학생도 꽤 실제로보았기에 충분히 믿기는 일이네요...

    세상은 너무 심해요... 저러다 진짜로 아이가 사라져버리면 저 부모님은 어떻게 할는지..
  • 키세츠 2012/06/28 10:38 #

    강낭 초등학생 하니 "학원 좀 그만 다니고 싶다"라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한 사건이 떠오르는군요.
    괴로운 일들 투성입니다.
  • snus 2012/07/05 09:52 # 답글

    가끔 트위터에 퍼지는 썰들을 보면서 말세다라는 이야기를 많이하는데, 사실 과거에는 미디어매체가 발달하지 않아서 가려졌을뿐, 늘 저런 문제는 있어왔지요. 보이지 않았을뿐이지만...

    사실 어찌보면 부모자격시험을 통과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지도 모릅니다. 저희어머니도 말씀하시더군요. 세상에서 가장하기 힘든게 부모노릇이라고...=.=
  • 키세츠 2012/07/05 18:13 #

    어머님 말씀이 맞습니다. 저도 탈락할 듯...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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